[겸재겸] 볶음밥을 만들어줬는데 애인이 울었어요.

🐰돌아다니는 썰을 보고 호다닥 쓴 매우 짧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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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겸아! 영재가 차에 기대 서 있는 유겸에게 달려갔다. 유겸은 활짝 웃으며 영재의 양 손에 있는 커다란 장바구니를 들었다.


"아니 밖에서 먹으면 된다니까 왜 자꾸 힘들게 요리해준다그래?"

"유겸아 나 애인한테 요리해주는게 내 로망이었어, 내 로망 깨뜨리지 말아줘."

"그래도 형이 힘들잖아아.."


유겸은 곤란한 표정으로 웃었다. 형 진짜 굳이 안해도 괜찮아, 원래 나 아침 잘 안 먹어! 싫어, 우리 유겸이 맛있는거 내가 해서 먹일거야 내일 아침도 기대해! 영재가 장바구니에 있던 스크류바를 쏙 빼서 껍질을 깠다.

유겸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그런 영재를 조수석에 태우고 집으로 출발했다. 같이 동거를 시작한지 벌써 3개월이었다. 영재는 동거 첫 날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밥을 했다. 그게 제 로망이라는 탓이었다. 일찍 일어나 제가 밥을 차리고 있으면 유겸이 일어나 모닝키스로 아침을 시작하고, 곧 회사 갈 준비를 마친 유겸이 행복해하며 자신이 만든 아침밥을 먹고 나가는 것.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영재였다.

그래서 그걸 3개월째 하고 있는데 요새 유겸의 행동이 좀 이상했다. 자꾸 아침밥은 그냥 간단하게 시리얼이나 토스트로 괜찮다고, 어차피 같이 직장다니는데 피곤할테니 힘들면 안해도 된다고 하고.. 처음에는 영재 자신을 걱정해주고 챙겨주느라 고마워서 그런줄만 알았다.




오늘 아침이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흑."

"어, 뭐야, 김유겸 울어?"

"흐잉.."


왜, 왜 울어 갑자기! 영재가 훌쩍대는 유겸의 앞에서 안절부절 못했다. 오늘은 유겸이가 제일 좋아하는 볶음밥을 만들어줬는데 왜 우는거지, 반찬이 부실해서 그런가?! 유겸은 볶음밥을 한술 떠놓은 숟가락을 내려놓고 아예 두손으로 눈을 가리고 어깨를 들썩거렸다. 흐읍, 맛없어어... 영재가 귀를 의심하곤 의자에 앉은 유겸의 볼을 두손으로 잡아 올렸다.


"유겸아 뭐라구?"

"혀엉.. 나 진짜 못참겠어서 말하는거야.. 흐윽.. 밥이 너무 맛이 없어.. 미안해.. 형이 행복해보여서 가만히 있었는데, 크흥, 나 이제 못하겠어어.."


영재는 말문이 막혔지만, 일단 코를 들이 마시는 유겸의 눈물을 대충 닦아주고 휴지로 코를 풀게 했다. 아니, 유겸아..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할지 갈피를 못 잡고 영재는 그저 엉거주춤하게 서있었다.


너무 충격이었다. 김유겸이 운 것도 충격이고, 내 요리가 이렇게 울 정도로 맛이 없다는 것에도 충격을 받았다. 헐.. 무슨일이야 이게.. 나는 맛있게 먹었는데.. 고개도 못드는 유겸이를 보자니 미안한 감정이 몰려왔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유겸이에게 3개월동안 고통을 줬구나..


"유겸아.."

"형 미안해애.. 히잉.."

"아니.. 어.. 일단은 지금 회사 늦겠다. 나중에 와서 얘기하자."


우선 지각을 면해야하니 유겸과 영재는 밥을 대충 싱크대에 밀어넣고 회사로 출발했다. 영재는 차를 타서 넥타이를 고쳐매면서도 복잡한 감정을 지울 수가 없었다. 유겸을 곁눈질로 보니 저와 눈도 못 마주치고 운전대만 꼭 붙잡고 있었다. 속으로 눈물을 삼킨 영재가 유겸에게 나중에 보자는 인사를 하고 도착한 회사로 뛰어들어갔다.

영재는 사무실 책상에 앉아서도 업무에 집중을 하지못했다. 훌쩍거리는 유겸이 자꾸 떠올랐다. 미치겠다.. 내 요리.. 내 로망.. 그래서 유겸이가 저녁은 자기가 만들겠다고 얼마전부터 말했던 거였나.. 아이고 두야.. 앞으로 어떡하지, 요리학원이라도 다녀야하나.. 영재가 결국 머리를 싸매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정신이 반쯤 나간 채로 일을 하고 퇴근한 영재의 앞에 차 한대가 끼익 섰다. 창문을 내리며 손을 흔드는 유겸을 보고 웃으며 차에 탄 영재는 유겸을 와락 껴안았다. 오늘도 수고했어, 유겸아. 형두 수고했어어.

유겸이 곧바로 차를 출발하려다 멈칫했다. 오늘은 영재가 장을 보지않고 온 것을 확인하곤 영재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형 오늘 마트 안갔어?


"아아, 오늘은 장 안봤어. 집 가는 길에 너 저번에 맛있다고 했던 곳 있잖아. 거기서 아침에 못 먹은 볶음밥 먹을까?"

"그..그게.."


울상을 짓고 낑낑대는 유겸을 보곤 결국 웃음이 터진 영재가 박수를 짝짝 치며 웃어제꼈다.


"유겸아, 맛없었으면 말을 하지 그랬어."

"아니.. 형이 너무 뿌듯해보이고 행복해보여서.. 말 할 수가 없었어.. 미안해.."

"내가 더 미안해. 이때까지 참은게 용하다.."


정말이었다. 이때까지 형 생각해준다고 억지로 맛있는 척하며 먹었을 유겸을 생각하니 안쓰럽기도 했고 헛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참나, 김유겸 아주 귀여운짓만 골라서 하고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