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영재] 아저씨
  • 2021. 9. 27. 21:03
  • 첫만남이야기는 나중에...









    "아저씨, 어디에요?"

    "나 오늘 회식있어. 미안, 학교 끝났어?"

    "진짜 짜증나."


    뚝 끊겨버린 통화를 물끄러미 보던 진영은 소주를 3잔째 넘기자마자 결국 벌떡 일어났다. 올려다보는 여러 눈동자를 보고 씩 웃은 진영은 먼저 일어난다고 말하며 겉옷을 챙겼다.


    "진영씨는 맨날 회식 참여안하더라? 이번엔 오나했더니 바로 가버리고."

    "집에 일이 있어서요. 맛있게 드세요."


    곧장 다시 전화를 걸며 택시에 탄 진영은 휴대폰이 꺼져있다는 소리에 집주소를 불러준 뒤, 손가락으로 제 허벅지를 톡톡 두드렸다. 도착한 집으로 빠르게 들어간 진영은 침대 위의 커다란 이불뭉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영재야."

    "뭐요."

    "화났어?"

    "아니요?"

    "그럼 나 봐봐."


    싫어요. 말 걸지마. 웅얼거리는 소리가 잦아들때까지 기다리던 진영은 침대에 걸터앉아 이불을 토닥토닥 두드렸다.


    "오늘 신입들 환영기념 회식이라 빠질수가 없었어."

    "누가 뭐래요? "


    진영은 이불을 들춰냈다. 못이기는 척 스르르 열리는 이불을 본 진영은 웃음을 눌러참았다. 나 봐봐, 영재야. 동그랗고 까만 뒷통수를 몇 번 쓰다듬자 벌떡 앉은 영재가 진영에게 달려들었다. 입을 꾹 맞춰오는 영재의 허리를 단단히 붙잡은 진영이 입을 벌려주었다. 조심스럽게 맞닿는 혀를 감아올리자 영재가 신음을 흘렸다.


    "...술냄새 나요."

    "싫어?"

    "아니요."


    진영의 목을 자꾸 당기다, 점점 뒤로 넘어가는 영재의 뒷통수를 감싸 눕히자 영재가 자연스럽게 다리를 벌려 진영의 허리에 감았다. 착 감겨오는 통통한 허벅지를 붙잡고 입을 뗀 진영이 영재를 내려다보았다.


    "안돼."

    "왜요."

    "약속은 내일이잖아."

    "어차피 내일이나 오늘이나 몇시간 차이 없어요."

    "그래도 안돼."

    "짜증나."

    "안아줘."


    씩씩대면서도 진영의 목에 팔을 감는 영재의 등을 쓰다듬어준 진영은 껴안은 상태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나 너무 피곤해, 영재야. 그럼 옷이라도 벗고 자요. 니가 벗겨줘. 애예요? 응.

    축 늘어진 진영의 수트를 하나하나 벗기던 영재가 마지막으로 양말까지 벗기고나서야 한숨을 폭 쉬었다. 아저씨 데리고 사는거 힘들어죽겠네. 영재는 잠이 든 진영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다음부터 회식 안 갈게."

    "깜짝아, 안 잤어요?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잖아요. 가도 되는데, 말 하고 가라는거지."

    "알았어."

    "맨날 말로만 알았대."

    "이리 와. 같이 자자."


    팔을 벌리는 진영에게 붙잡혀 결국 같이 누운 영재는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손길에 서서히 잠들었다.








    "오늘 무슨 날인지 알죠?"

    "당연하지."

    "올 거예요?"

    "...응."

    "됐어요, 회사가는 사람이 어떻게 와. 괜찮으니까 나중에 집에서 봐요."


    약속이나 잊지마요. 영재가 단단히 맨 책가방을 꼭 쥐고 집을 나섰다. 진영은 현관문소리가 들리자마자 매만지던 머리를 대충 정리하고 현관문을 벌컥 열었다. 영재야!


    "왜요?"

    "뽀뽀."

    "여기서?"

    "아무도 없는데."


    영재가 눈동자를 굴리다 웃으며 진영에게 달려갔다. 목에 매달리는 영재를 꽉 안아주고 온 얼굴에 뽀뽀를 퍼붓던 진영은 눈이 휘어지도록 웃었다. 학교 잘 갔다와. 아저씨도 잘 갔다와요.




    고등학교의 마지막날이라 그런지 왁자지껄 떠드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떴다. 학교 앞에는 축하를 위한 꽃다발이 잔뜩 널려있었다. 저 파란색 꽃, 우리 아저씨가 좋아하는 꽃인데. 영재는 문득 진영을 떠올리곤 작게 웃었다. 나이 차가 얼마안나는데도 첫만남부터 꼬박꼬박 아저씨라 부르는 저를 진영은 기분나쁜 티 하나 없이 그대로 받아주었다. 나중에 아저씨한테 나 처음 봤을때 어땠는지 물어봐야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벌써 식순의 마지막을 향해 가고있었다. 담임선생님의 말씀을 끝으로 영재는 졸업식장을 빠르게 빠져나왔다. 진짜 재미없다, 빨리나 마쳐주지.. 빨리 집가서 아저씨 보고싶어. 영재는 신나게 교문을 나오다, 까만 차에 기대있는 진영을 보고 멈춰섰다. 진영은 파란 안개꽃이 가득한 꽃다발을 번쩍 들며 영재를 향해 두 팔을 벌렸다.


    "최영재, 졸업 축하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멈춰서있던 영재가 그제서야 와락 달려들었다. 그런 영재를 꽉 안아준 진영이 웃음을 꾹 참았다. 빠르게 뛰는 심장소리로 영재의 놀란 마음이 전해져 오는 듯 했다. 놀랐어?


    "헐 뭐야, 어떻게 왔어요?"

    "회사 쨌어."

    "그래도 돼요?"

    "괜찮아."

    "아 진짜..."


    말꼬리를 늘어뜨리며 안기자 진영은 한 손으로 영재의 볼을 꾹 눌러잡았다. 맛있는거 먹으러가자.


    "바로 집 갈래요."

    "왜?"

    "어젯밤에 못한 거 하게요."

    "안돼."

    "왜 또!"

    "밥먹고 해."


    너무 오래해서 배고플거니까. 영재가 곰곰이 생각하다 진영의 어깨를 퍽 치고 떨어졌다. 아 진짜 그러지 좀 마요. 웃음을 터트린 진영이 영재를 차에 태웠다. 집가서 밥먹고 놀자.








    "영재야, 긴장돼?"

    "...아니요."


    이불을 꼭 잡아올리는 모양새에 진영이 웃었다. 진영도 침대로 들어가 영재의 옆에 나란히 누웠다. 영재의 얼굴에 물음표가 떴다.


    "안해요?"

    "응, 오늘은 안할래."

    "왜요?"

    "너 마음의 준비되면 할래."

    "...준비됐어요."

    "거짓말하네."


    씨이... 영재가 와락 달려들어 입을 맞췄다. 조심스레 진영의 티셔츠를 잡아오는 영재의 손을 감싸주며 진영이 영재의 목을 더욱 당겼다. 키스를 하다 점점 영재의 목으로 내려온 진영은 가볍게 깨물며 귀로 올라갔다. 으응, 아저씨... 귓볼을 입술로 물어 당기자 영재가 앓는 소리를 냈다. 턱 선을 따라 다시 내려가며 뽀뽀를 하다, 진영이 영재의 입에 뽀뽀를 쪽 했다.


    "여기까지만 해."

    "이게 더 고문인데요?"

    "앞으로 시간은 많다, 영재야."


    내일을 기대해. 진영이 의미모를 미소를 짓자 영재가 결국 웃었다. 알겠어요. 진영의 팔베개에 누워서 색색 숨 쉬던 영재가 문득 고개를 들어 진영을 쳐다보았다. 수염 엄청 났어요. 나중에 깎을거야. 귀여운데. 안 깎을게. 고개를 젖히며 웃던 영재가 박수를 한 번 짝 쳤다.


    "아 맞다. 아저씨, 저 처음 봤을때 어땠어요?"

    "귀여웠지."

    "거짓말. 그 날 술 취해서 나 껴안고 막 울다가 잠들었잖아요."

    "그래도 기억나. 내가 그렇게 안으니까 너 얼굴 빨개졌었잖아."

    "아 뭐 그런걸 기억해요."

    "왜에."

    "암튼...고마워요."

    "뭐가?"

    "나 데려와줘서."

    "그래? 난 영재가 나랑 살아줘서 너무 고마운데?"


    ...방금 멘트 진짜 아저씨같았다. 영재는 웃으며 진영의 허리를 더욱 끌어안았다. 마주 웃어준 진영은 영재의 어깨를 감싸 쓰다듬었다.


    "잘 자, 영재야."

    "아저씨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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