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녤운] 수석후배 강다니엘 X 재수강선배 하성운

🐶알파오메가물(이라고 했지만 내용과는 크게 상관없음)
🐶18년 글이라 허접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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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빨리봐봐 쟤가 걔야 이번에 수석."


두꺼운 전공책을 한손에 들고 강의실을 들어오는 다니엘에게 모든 관심이 쏠렸다.

17학번 새내기 강다니엘. 잘생긴얼굴로 유명한데다가 경영학과 수석으로 대학을 들어온 그가 개강오티에서부터 관심을 받은건 당연한 일이었다. 다니엘 스스로도 알파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초, 중, 고등학교를 거치며 항상 뛰어난 성적을 받아왔기 때문에 모두의 선망을 받는건 익숙했다.


"저기, 안녕 네가 강다니엘이지?"

"응, 안녕."


다니엘은 초콜릿을 수줍게 건네곤 자리로 뛰어가는 여자애를 향해 환하게 웃어주었다. 질투와 선망이 섞인 은근한 눈빛들에도 꿋꿋하게 책을 읽던 다니엘은 강의실로 들어오는 교수님의 모습에 자세를 고쳐앉았다.


강다니엘
네
김수현
네
.
.
.


출석체크가 거의 끝나갈때쯤 누군가 강의실 뒷문을 벌컥 열었다. 다니엘이 슬쩍 뒤를 보니 하얀얼굴에 자기 얼굴의 반이 가려질 듯한 동그란 안경을 낀 남자가 헥헥거리며 뛰어들어왔다.

그 남자는 대충 강의실을 둘러보더니 다니엘의 빈 옆자리에 앉았다. 수업에 지각하는 사람이 있구나. 다니엘은 신기해하며 그를 쳐다보았다.


하성운.
네!!
성운아 재수강들으러와서 첫수업부터 또 지각하는구나


교수님이 한심하다는듯 한마디를 했다. 성운은 멋쩍은 얼굴로 헤헤 웃어넘겼다. 재수강을 듣는 사람이 있구나. 다니엘은 다시한번 신기해하며 그를 보았다. 시선이 느껴진 성운은 고개를 휙 돌려 다니엘을 쳐다보았다.


아.


성운은 머리에서 땡-하고 종소리가 울렸다. 대박 미친거아냐 너무 내 스타일이잖아. 성운은 뒷덜미에 열이 오르는것이 느껴졌다.

성운이 눈을 못떼고 있자 다니엘은 민망해져 고개를 돌렸다. 뭐지 이사람. 기분이 나빴나? 내가 한번 쳐다봤다고 너무 쳐다보는거 아닌가. 다니엘은 애써 성운의 눈빛을 무시하고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성운에게서 달달한 청포도향이 옅게 느껴졌지만 그것 역시 모른척했다.


"저 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아 강다니엘...이요."


성운은 수업이 끝나고 일어나는 다니엘을 붙잡아 급히 이름을 물어보았다. 내가 얘 놓치면 평생 땅을 치고 후회할거야. 강다니엘? 이름도 멋져..!


"전 16학번이고 이름은 하성운이라고 해요. 친해지고 싶은데 번호 좀 줄 수 있을까요?"

"아..네."


다니엘은 거절할까 하다가 성운의 간절한 표정에 휴대폰을 받고 틀리지않게 꾹꾹 번호를 눌렀다.



아직까진 선선한 바람이 부는 초여름의 시작이었다.









이후로 성운은 시도때도 없이 연락을 했다. 다니엘은 귀찮아하면서도 그래도 나름 처음 생긴 대학선배인 성운에게 사랑받는것이 나쁘지않아 오는 연락에 빠짐없이 답장을 꼭 보냈다.


"다니엘 뭐해?"

"아 형, 저 지금 밥먹을려구요."

"오늘은 나랑 먹자! 형이 사줄게!"

"아 정말요? 그럼 본관1층에서 봬요."


성운은 전화를 끊고 두근거리는 가슴께를 꼭 눌렀다. 아니 걔랑 밥먹는거 뭐가 어렵다고 이렇게 떨리냐. 근데 오늘 좀 못생긴거 같은데. 니엘이가 싫어하면 어쩌지? 야 태현아 나 오늘 어때? 괜찮아?

친구인 태현에게 우는 소리를 내며 거울만 뚫어지게 보는 성운을 보고 태현은 그의 머리통을 탁 때렸다. 아! 인상을 쓰며 노려보는 성운을 보고도 태현은 야, 그렇게 좋냐? 오늘 아주 예쁘다 예뻐. 하고 먼저 계단을 내려가버렸다. 야 같이가! 성운은 급히 머리를 대충 정리하고 뛰어갔다.


"니엘아!"


어색한 웃음과 함께 등장한 성운이 다니엘의 어깨를 톡톡 쳤다. 다니엘이 웃으며 그를 반겼다. 형! 해사하게 웃는 그에게 성운은 다시한번 심장이 급격히 뛰는 걸 느꼈다. 아 방금 너무 위험했어.




성운은 포크로 파스타를 돌돌 말다가 멈칫했다. 어디선가 강하게 나는 페로몬향에 성운이 뒤를 돌아보자 한 남자가 비틀대며 가게를 다급하게 빠져나가고 있었다. 성운이 다니엘을 쳐다보자 왜그러냐는듯한 표정을 짓고있었다. 저정도 향이면 알파인 다니엘도 분명 맡았을텐데 아무렇지 않게 면을 우물거리는 다니엘을 보고 성운은 갑자기 불안해졌다. 오메가를 무시하고 싫어하는 알파들이 많은데, 다니엘도 그런게 아닐까? 그래서 일부러 모르는척 하는걸까?


"저, 다니엘 나 방금 친구 본거같아서 잠깐 인사만 하고올게. 먹고있어."

"네, 형."


가방을 급하게 뒤져 약을 찾은 성운이 알약과 생수를 손에 쥐고 가게 밖을 뛰쳐나갔다. 저 사람 지금 밖에 나가면 큰일날거같은데. 성운은 같은 오메가인데도 반응하게되는 향에 머리가 아찔해 살짝 흔들었다.


"저기요, 이거 먹어요."


비틀대는 남자를 붙잡아 입으로 약을 욱여넣었다. 온 몸이 뜨거워 금방이라도 터져버릴것같은 그 사람은 성운에게 쓰러지다싶이 기대서 약을 삼켰다.

지나가던 몇몇 알파들이 다가오려는걸 성운이 째려보고는 그 사람을 들쳐업고 가게로 다시 들어갔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이 사람을 두고 돌아가기엔 같은 오메가로서 마음이 불편했다.

그 모습을 다니엘은 그저 빤히 쳐다보고있었다. 요새 참 재밌는 일이 가득해.


"어, 이 사람이 형 친구예요? 어디 아파요?"

"감기걸렸다고 그랬는데 심한가봐. 괜찮아질거야."


다니엘의 눈치를 살펴봐도 전혀 거리낌없는 모습에 성운은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성운은 자신이 오메가인것을 들키는게 싫어 철저하게 약을 챙기고 사이클을 꼭 지켜 베타인 척을 해왔기때문에 알파들과도 잘 지냈지만 히트사이클이 온 사람 앞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는 알파는 처음 봤다. 역시 다니엘은 오메가를 아는척 하기 싫을 정도로 혐오하는걸까..

다니엘은 그 모습을 보고 빙그레 웃었다. 사실 오메가의 향이 진동하지만 그건 내가 우성알파여서 그나마 참을 수 있는건데 그것도 모르고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는 성운을 보니 너무 즐거웠다. 얼굴에 다 티난다, 귀여워.


"저..저기.. 다니엘.."

"응, 왜요?"


웃으며 쳐다보는 다니엘을 차마 보지못한 성운은 눈을 꼭 감고 조심스레 물었다. 호..혹시..무슨 냄새 안 나..?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


애매한 답변에 성운은 그를 천천히 올려다보았다. 역시 오메가 싫어하나봐. 불쌍한 내 인생. 내가 베타였으면 다니엘을 금방 꼬실 수 있을텐데.. 아니 알파였으면.. 어땠을까.. 왜 오메가로 태어난걸까.. 딴생각을 하는 성운을 다니엘이 지그시 바라보았다. 더 놀려주고싶지만 좀 더 하면 울 것 같으니까.


"형 친구 오메가죠? 저 알파여도 향을 잘 못맡아요. 좀 옅게 나긴하는데 별로 싫고 그런건 아니에요."


말이 끝나자마자 화악 펴지는 얼굴에 다니엘이 웃음을 터트렸다. 아, 귀여워. 다니엘은 갑자기 자기입에서 튀어나온 말에 깜짝 놀랐다. 내가 방금 귀엽다고 했나? 다니엘은 그 생각과 함께 왠지 심장 부근이 간질거리는거 같아 헛기침을 했다. 성운은 듣지 못한 채 속으로 기쁨의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몇달동안 자주 밥을 사주면서 아무도없는 빈 강의실에서 다니엘과 단둘이 과제까지 하게 된 성운은 기분이 하늘을 치솟았다. 아, 요즘 너무 행복하다. 재수강하길 잘했어. 밥 사주느라 돈도 없지만 뭐 어때 다니엘이 내 앞에 있는데. 열심히 책을 읽는 다니엘의 갈색 머리카락을 쳐다보며 성운은 광대가 내려올 줄을 몰랐다.


"형, 저 좋아하는거 알겠는데 그만 쳐다보고 책 좀 읽어요."


곧 시험이니까요. 다니엘이 불쑥 고개를 들고 턱을 괴고있는 성운을 쳐다보았다. 성운이 깜짝놀라 들고있던 고개를 팍 숙였다. 그 모습을 보곤 다니엘이 손을 들어 성운의 까만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그대로 멈춰버린 성운을 보고 다니엘은 크게 웃었다. 형, 제가 형 과제끝내면 선물 줄게요. 엄청 좋은거니까 기대해요.

성운은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이곤 말없이 집중해서 과제를 시작했다. 뭔줄알고 저렇게 열심히 하는지. 다니엘은 요즘들어 성운을 볼때마다 느껴지는 간지러움에 이번에도 가슴을 통통 두드리며 헛기침을 했다. 성운만 가지고있는 특유의 청포도향이 좋았다. 다니엘은 바람을 통해 전해져오는 향기에 미소를 지었다. 아마 이 형은 나만 만나면 자기한테서 페로몬이 나오는 줄은 꿈에도 모르겠지.


"나 다했다!"

"이리와요."


다니엘은 벌떡 일어나 책상 맞은편에 있는 성운의 셔츠 카라를 살짝 끌어당기곤 그대로 입을 맞췄다. 성운의 동공이 커지는게 보였다. 다니엘은 눈을 살짝 감고 좀 더 단단히 목을 잡아끌어 깊게 입을 맞추었다. 성운 역시 천천히 눈을 감았다. 턱끝까지 차오른 숨에 입술이 떨어지자마자 성운이 숨을 몰아쉬며 털썩 의자에 널부러졌다. 성운은 가슴이 빠르게뛰고 얼굴에 열이 오르는것같았다. 예정일은 다음주였는데 왜이러지. 이미 페로몬도 제멋대로 나오는것같아 성운은 식은땀을 흘렸다. 좋은거 준다고했잖아요. 별로였어요? 당당하게 물어보는 다니엘에게 성운은 얼굴 전체가 빨개진채 아무말없이 고개만 좌우로 흔들었다. 달달하고 상큼한 청포도향이 강의실을 가득채울 기세로 퍼져나갔다.


그 날밤 하루종일 고민하던 성운은 다니엘에게 문자를 보냈다.


[저기.. 오늘 키스 왜 한거야?]

[형이 저 좋아하잖아요.]


예상치 못한 답변에 성운은 폰을 놓칠 뻔했다.
되게.. 티났구나. 어쩐지..그래서 노태현이 요새 나 보면 행복해보여서 빡친다고 말했던거구나..
그때 진동이 울리고 다니엘에게 전화가 왔다. 어쩌지, 어쩌지. 성운이 고민하다 전화를 조심스레 받았다.


"형 저 좋아하죠?"

"어..? 그럼..좋아하지.. 참 좋은 동생이지"

"그런뜻 아니잖아요."

"... 그래 사실 맞는데, 니가 싫으면 티 안낼게. 나 그런거 잘해. 걱정마."


다니엘은 터지는 웃음을 꾹 참았다. 안절부절하는 성운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나랑 키스 말고 더한거도 하고싶어요?"

"어?"

"그러니까 키스 말고도 섹,"

"야! 말하지마. 그래 그렇긴한데! 니가 싫다하면 좋아하는거든 뭐든 다 그만둘게."

"그럼 내가 괜찮다하면 나 계속 좋아할거예요?"


성운은 손바닥의 땀을 옷에 대충 닦아냈다. 뻔뻔스러울 정도로 받아치는 다니엘의 말이 더 당혹스러웠다.
얘가 왜이래.. 나.. 혹시 지금 놀림당하는건가? 이럴때만 눈치가 빠른 성운이었다.


"아니 그냥 내가 그만 좋아할래."

"그만두지도 못할거면서 왜 자꾸 센 척해요?"

"그럼 어떡해.. 너랑 사이 나빠지는거보단 그냥 친구라도 되고싶단 말이야."

"전 아직 형한테 대답 안드렸는데요?"

"아냐, 대답하지마. 그냥 오늘 한 얘기 다 없던 걸로 치자. 그래주면 안돼? 어?"


거의 울먹이는 수준의 목소리에 다니엘이 미소지었다. 이 형은 도대체 속을 알 수가 없어.













다음날 다니엘의 옆자리에 성운이 슬쩍 엉덩이를 들이밀었다. 어젯밤에 잠을 못자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온 성운은 다니엘의 눈치를 보았다. 다니엘은 수업이 끝날때까지 눈을 마주치지않았다.

성운이 옆에서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들썩들썩거리는게 보여 다니엘은 속으로 웃음을 참았다. 이 형은 보고있으면 계속 괴롭히고 싶어진단 말이야. 울때까지 괴롭히고싶어. 다니엘은 수업은 안듣고 자신에게 보낼 쪽지를 쓰는 성운의 조그만 뒷통수를 가만히 보았다. 그렇다고 진짜로 울면 왠지 마음이 아플것 같으니까 그만 괴롭혀야지. 다니엘은 콩콩 뛰는 가슴위의 옷자락을 살짝 쥐었다 폈다.


[형 오늘 저랑 얘기 좀 해요. 경영건물 앞에 있을게요.]


성운이 문자를 보고 손톱을 물어뜯었다. 어제는 다니엘이 나 놀릴려고 한거겠지? 한번 떠본거 일수도.. 엄청 안들킬려고 노력했는데 들킨건가..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다. 이대로 다니엘이 나랑 친구 안해준다고 하면 어쩌지. 그냥 정말로 친하게만 지내고싶었는데.. 물론 사귀면 더 좋지만.. 옆에서 태현이 어깨를 툭쳤다.


"야. 오줌 마렵냐? 다리 좀 그만떨어."

"태현아. 나 다니엘 좋아하는거 많이 티났어?"

"웃기고있네. 니가 걔 좋아하는거 우리 과 다 알걸? 걔 지나가다 눈 마주치기만해도 빨개지고.. 귀에서 피나는줄."


아 망했다..성운이 머리를 쥐어뜯었다. 망했어 이제. 다니엘이 형같은 사람 싫다고 나랑 친구 안해줄거야..


"형, 저도 좋아요."

"어?"


성운이 경영건물앞 벤치에서 발장난을 치다가 숙였던 고개를 휙 들었다. 마주앉아있던 다니엘이 눈이 마주치자 씩 웃었다. 성운의 얼굴이 붉어지는게 느껴졌다. 이와중에 다니엘은 왜 또 이렇게 잘생긴거야.


"근데요, 형은 남자랑 사겨본 적 있어요? 진도는 어디까지 나갔어요?"

"으..응, 손까지만 잡아봤어."

"그럼 저랑은 형이 안해본거 다 해보면 되겠네요."


안해본게...뭐지. 알아들은듯한 성운의 눈이 커지자 다니엘은 또 미소지었다. 둔 해야하나 눈치가 빠르다고 해야하나.


"그럼 저랑 오늘부터 사귀는걸로?"


다니엘이 눈을 접으며 웃자 성운이 결국 앞으로 고개를 푹 숙이며 쓰러졌다. 행복해서 죽고싶다는 말 이때 쓰는거구나.